Stargate에서 데이터센터까지: AI가 전력 수요를 끌어올리며 대만 전원 공급망이 가속

최근 대만 장외시장 TPEx에 6693.TWO로 상장된 전원 IC 설계사 광항과기(Inergy Technology Inc., 廣閎科技)를 방문해,董事長 린밍장(Lin Mingzhang, 林明璋)을 인터뷰했다. 그는 회사가 전원 IC 분야를 18년간 파고들어 왔다고 밝혔다. AI 수요의 급속한 확대에 힘입어 최근 관련 애플리케이션에 성공적으로 진입했고, AI 매출 비중은 약 10%에 이르렀으며 2026년에는 20~30%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항과기는 전력·전원 IC의 팹리스 설계사로, 2024년 매출은 약 10억 9,400만 대만달러로 아직 소형 규모다. 다만 AI 수요가 GPU와 서버에서 방열과 CCL(동박적층판, Copper-Clad Laminate) 등 주변 부품으로 퍼지면서 전력·전원 관리 체계의 업그레이드가 동반되고 있다. 아직 AI 코어에 직접 진입하지 못한 산업에도 이는 비즈니스 모델 재정의와 산업 위상 상향의 진입점이 될 수 있다.
먼저 광항과기다. 회사는 2007년 설립됐다. 진입 시점이 다소 늦었던 만큼 전력·전원 분야에서도 경쟁이 비교적 적은 DC/AC(직류→교류) 시장을 주축으로 삼았고, 이후 BLDC 모터 구동기, 팬 드라이버 IC, 파워 MOSFET 등으로 제품군을 넓혔다. 대만 로컬 팹리스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데이터센터와 신에너지 영역을 장기간 꾸준히 서비스해 왔다.
창업자이자董事長 린밍장(Lin Mingzhang, 林明璋)은 국립교통대학(현 국립양명교통대학) 전자공학 박사다. 1997년 대학원 재학 중 지도교수의 소개로 창업 초기의 마오다전자(Anpec Electronics, 茂達電子, 6138.TW)에 합류해 창업 멤버로 연구개발 등을 10년 넘게 맡았고, 2007년 광항과기를 창업했다. 마오다의 창업자 천산난(Chen Shan-Nan, 陳善南)은 대만 전력 IC 산업을 이끈 주요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교통대 재학 시절 스먼(Simon M. Sze, 施敏), 장쥔옌(Chang, Chun-Yen, 張俊彥), 우칭위안(Wu, Ching-Yuen, 吳慶源), 커밍더우(Ming-Dou Ker, 柯明道) 등 여러 거장에게 사사했고, 정황중(Cheng, Huang-Chung, 鄭晃忠)을 지도교수로 두었다. 이들 스승은 대만 반도체 교육·연구의 토대를 닦아 온 인물들로, 로컬 공학·산업 인재의 핵심 사제 계보를 형성했다. 그는 교통대 309호 실험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으며, 맞은편은 우충위(Wu, Chung-Yu, 吳重雨) 전 교통대 총장의 307호 실험실이었다고 회상했다.
대만 전력 IC 생태계와 광항의 차별화 노선
대만 전원 IC의 전개는 대략 세 단계로 볼 수 있다. 1단계(DC/DC)에서는 페이헝반도체(Analog Integrations Corporation, AIC, 沛亨半導體), 마오다(Anpec, 茂達), 리츠치(Richtek Technology, 立錡科技)가 대표다. 2단계(AC/DC)에서는 훙관전자(Champion Microelectronic, CMC, 虹冠電子)와 퉁자커지(Leadtrend Technology, 通嘉科技)가 꼽힌다. 후발 주자인 광항과기는 DC/AC를 기점으로 장기간 투자해 흑자 전환에 이르렀다. 이들 기업은 모두 대만 로컬 팹리스로, 현지 전원 생태계를 오래도록 떠받쳐 왔다.
광항과기는 최근 차량용 전력·전원 IC에도 포석을 두고 대전류와 고신뢰성 요구에 초점을 맞춰 왔다. 회사 차원에서 차량용 매출이 당초만큼 확대되지는 않았지만, 반대로 AI 서버·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AI 관련 매출 비중이 약 10%**로 올라섰고, 2026년에는 20~3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학창 시절 TSMC(台積電) 창업자이자 전董事長 모리스 창(Morris Chang, 張忠謀)의 전자공학과 특강에서 창업 성공의 비결을 물었고, “무엇을 하든 먼저 자신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대만을 대표하는 하이테크 기업인 TSMC의 창업자가 남긴 이 말은 로컬의 창업·엔지니어 문화에서 반복적으로 인용돼 왔다.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 의미를 기술 역량·제품 정의·자본 준비의 중요성으로 더 깊이 체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I의 큰 흐름을 보면 엔비디아(NVIDIA)는 AI 혁명을 주도할 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전력 밀도를 끌어올리며 전력 공급·전원 변환·열관리의 전면적인 고도화를 촉발하고 있다. 그에 따라 전원관리 IC(PMIC), 고효율 PSU, 배전 시스템 수요도 동반 확대되고 있다.
‘Stargate(星際之門)’ 사례를 보자. 오픈AI(OpenAI), 소프트뱅크(SoftBank), 오라클(Oracle)이 미국에서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하며 5,00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내놨다. 향후 수년간 대규모 캠퍼스 5곳을 증설해 총 설비 용량은 10GW에 육박한다. 연중 가동을 전제로 하면 10GW ≈ 약 8.76TWh로, 미국 약 500만 가구의 연간 전력 사용량에 해당한다(평균 가구 소비 전력 기준의 추정). 이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는 대만 공급망의 전원·방열·소재 분야 해외 진출 기회를 뜻하기도 한다.
1GW의 연간 전력량은 약 87.6억 kWh(= 8.76TWh)다. 대만의 2025년 연간 전력 소비는 약 3200억 kWh로 예상되며, 이에 비춰 Stargate의 10GW 연간 전력량은 국가 전체 사용량의 약 30%에 해당한다. 참고로 TSMC의 지난해 전력 소비는 약 255.5억 kWh로 전체의 약 9%를 차지했다.
AI 고전력 시대의 자본 배치: 궈쥐와 델타전자
전력 수요가 커지면서 PMIC/파워 IC 사용도 급증하고, 업계의 자본 집행이 빨라지고 있다. 그중 주목받은 건 궈쥐(Yageo, 國巨, 2327.TW)가 마오다(Anpec, 茂達)를 상대로 단행한 비합의적 공개매수(unsolicited tender offer)다.
궈쥐는 수동소자 대형사다. 최근에는 미·일 등 국제 수동소자 업체 인수를 통해 제품 라인을 보강하는 한편, 전원 관리 분야의 IC 설계로도 발을 넓혔다. APEC(Advanced Power Electronics, 富鼎先進, 8261.TW), uPI(uPI Semiconductor, 力智電子, 6719.TW), Anpec(茂達, 6138.TW) 등 3개사에 총 131억 대만달러를 투입했다.

반도체 분류에서 IC(집적회로)는 ‘능동소자’이고, 궈쥐가 강점을 가진 저항·콘덴서·인덕터 등은 ‘수동소자’다. 수동소자는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거나 증폭하지 않으며, 주로 소모·저장·조절을 담당한다. 능동소자는 외부 전원을 필요로 하고 신호의 증폭·제어가 가능하다.
AI 수요 폭증으로 전력 처리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수동소자는 능동소자와 수량 연동되는 경향이 있다. 전자제품에서 능동소자 수가 늘면 수동소자도 비례해 필요해진다. 궈쥐는 수동소자에서 무라타 제작소(Murata Manufacturing, 村田製作所) 등 글로벌 1군과 견줄 체계를 갖췄고, 여기에 M&A 실적과 자본력을 결합해 능동·수동 양면을 아우르고 있다. 그 결과 대형 그룹 고객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며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대만에서는 AI가 이끄는 전력·전원 수요를 배경으로 델타전자(Delta Electronics, 台達電, 2308.TW)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오랫동안 안정적 성장의 우량기업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AI 전원 공급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업계의 리더로 자리 잡았다. 2024년 기준, 세계 상위 15개 전원공급장치(PSU) 업체의 합산 시장 규모가 약 5,000억 대만달러인 가운데 델타전자는 약 1,710억 대만달러로 점유율 약 34%를 기록했다.
2025년 11월 현재, 델타전자의 시가총액은 약 2.7조 대만달러에 달해 대만 증시 3위로 올라섰다(TSMC와 훙하이에 이어). 미디어텍, 푸방금, 광다 등을 앞서는 수준이다. AI의 고성장 국면에서 기업이 전력·전원 아키텍처의 고도화라는 패러다임 전환을 정확히 포착한다면, 제품 포트폴리오와 비즈니스 모델의 재정의로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