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왜 ‘제2의 삼성바이오로직스’보다 바이오 장비를 노리는가

8월 19일 모더나 주가가 하루 만에 177% 올랐다. AI가 기존 신약 개발의 시간표를 바꿔놓은 첫 실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이 임상시험은 2023년에 환자 등록을 시작해 2026년에야 초기 결과가 나왔다. 그사이 3년은 피험자의 재발을 기다리고 이벤트가 쌓이기를 기다린 시간이며, AI는 이 3년을 하루도 줄이지 못했다. 그렇다면 AI가 실제로 줄인 구간은 어디인가. 신약의 발견과 설계가 더 이상 가장 어려운 관문이 아니라면, 다음에 막히는 곳은 제조다. 이 약은 환자 한 명마다 맞춤형 배치를 별도로 생산해야 하며, 환자 한 명이 곧 하나의 GMP 배치가 된다. 대만의 강점은 바로 제조에 있다.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이 시장에서, 대만에 참여할 기회는 있는가.
2026년 8월 19일 미국의 대형 제약사 모더나와 파트너인 미국 머크(Merck & Co., 한국 법인명 MSD)는 공동 개발한 mRNA 개인 맞춤형 암 백신의 제3상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양호한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모더나는 당일 종가 기준 176.97% 올라 174.38달러에 마감했다. 상장 이후 하루 최대 상승률이다.
발표 1주일 전, 모더나를 커버하는 애널리스트 15명 가운데 14명이 ‘보유’ 또는 ‘매도’ 의견을 냈고, 목표주가 평균은 48.92달러에 불과했다.
제3상 임상시험에서 양성 결과를 낸 세계 최초의 개인 맞춤형 신항원 치료제이자, 양성 결과를 낸 최초의 mRNA 암 치료제다. 다만 현재까지 이 약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아직 받지 않았고, 제3상 임상시험의 전체 데이터도 공개되지 않았으며, 전체 생존기간 데이터는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
두 회사 모두 ‘백신’이라는 단어를 피하고 있다
모더나와 머크는 보도자료에서 의도적으로 ‘백신’이라는 단어를 피했다. 이미 발생한 질환을 치료하는 약이지, 질병을 예방하는 백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정식 명칭은 개인 맞춤형 신항원 치료제(individualized neoantigen therapy)이고, 약물명은 intismeran autogene, 개발 코드는 V940 또는 mRNA-4157이다.
모더나가 개발하고 있는 것은 ‘치료 백신’이지 ‘예방 백신’이 아니다. 건강한 사람에게 접종해 암을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수술을 마친 고위험 환자에게 접종해 환자 자신의 면역계(T세포)를 훈련시키고, 체내에 숨어 있는 미세 잔존 암세포를 제거해 재발과 전이를 막는 것이다.
제3상 시험 INTerpath-001에 등록된 환자는 종양을 완전히 절제했지만 재발 위험이 남아 있는 병기 IIB에서 IV의 피부 흑색종 환자로, 총 1,137명이며 2 대 1로 무작위 배정됐다. 대조군에는 위약과 머크의 항 PD-1 약물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가 투여됐다. 환자별 치료제는 해당 환자의 종양 변이 조합에 맞춰 설계되며, 최대 34종의 종양 특이적 신항원을 담는다. 치료 기간은 약 1년, 최대 9회, 3주 간격으로 투여된다.
8월 22일 나는 구글 대만의 초대 매니징 디렉터였던 Lee-Feng Chien(簡立峰) 씨가 대만 인스퍼레이션 협회(TIA, Taiwan Inspiration Association, 대만의 비영리 단체)에서 한 강연을 들었다. Chien 씨는 강연에서, 이것은 AI 에이전트가 최근 만들어낸 중대한 돌파구이며, 특히 에이전트형 연구개발(Agentic Research)의 급속한 진전은 산업 발전에서 무시할 수 없는 큰 흐름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Chien 씨가 그날 다룬 범위는 바이오테크에 한정되지 않았다. 연구개발 집약형 산업은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반도체도, 소재도, 의약품도 마찬가지다. 흑색종 치료제의 제3상 결과가 대만 테크 업계가 시간을 들여 이해할 가치가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3년에 시작해 2026년에야 초기 결과, 그사이 3년은 압축되지 않았다
다만 모더나의 이 ‘치료 백신’ 임상시험은 2023년에 시작됐고, 초기 결과를 얻기까지 3년이 걸렸다.
그 3년 동안 일어난 일은 임상시험 환자 등록과 데이터 축적이지, AI가 담당하는 연산 작업이 아니다. 자료에 따르면 이 임상시험은 26개국 165개 임상시험 실시기관에서 진행됐고, 기다린 것은 충분한 이벤트 수가 쌓여 통계적 검정력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간단히 말해 임상시험이라는 관문에 들어서면, AI 연산 능력을 아무리 늘려도 3년의 추적을 3개월로 만들 수는 없다.
그렇다면 그 3년이 압축되지 않았다면, AI는 이 약의 연구개발 과정에서 도대체 어느 공정을 단축한 것인가. 그리고 그 공정이 단축된 뒤, 경로에서 가장 느린 구간은 어디로 옮겨가는가.
AI가 가져온 변화, 세 가지 사건은 같아 보이지만 세 유형으로 나눠 읽어야 한다
Chien 씨는 8월 22일 TIA 강연에서 AI 에이전트가 최근 세 가지 사건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이 셋은 AI 에이전트가 지금 일으키고 있는 세 유형의 중요한 변화를 각각 대표한다.
첫째는 모더나가 개발한 개인 맞춤형 백신. 둘째는 AI가 80여 년 동안 수학자들이 풀지 못한 수학 문제를 푼 일. 셋째는 더 기묘한데, 호주에서 일어났다. 한 남성이 개인용 AI 비서에게 헬스장 인기 수업 예약을 부탁했을 뿐인데, AI가 스스로 시스템의 취약점을 찾아내 예약 가능 기간의 제한을 우회했을 뿐 아니라, 대기자 명단의 다른 회원을 임의로 삭제했다.
이 셋은 같은 유형으로 보인다. 나는 세 유형으로 나눠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에 주는 의미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첫째 유형은 AI가 기업의 기존 업무 프로세스 안으로 들어가는 경우다. 모더나의 신약 개발이 여기에 속한다. AI가 맡은 것은 신항원 선별, mRNA 서열 설계, 환자별 제조 스케줄링이며, 이 구간들은 모두 규제를 받는 신약 개발 프로세스 안에 있다. 규제상 검증의 대상이며, 동시에 그 검증 자체가 안전장치로 작동한다.
둘째 유형은 AI가 추론 능력을 끌어올리는 경우다. 수학 건의 실상은, OpenAI의 사내 추론 모델이 2026년 5월 반례를 찾아내 에르되시(Paul Erdős)가 1946년에 제기한 평면 단위거리 추측을 반증했다는 것이다. 이는 사고하고 추론하는 능력이지 실행하는 능력이 아니다. 7개월 전 OpenAI는 GPT-5가 미해결 에르되시 문제 10개를 풀었다고 주장했다가, 그 해법들이 이미 문헌에 존재한다는 지적을 받고 게시물을 내렸다. 이번이 다른 점은 여러 수학자가 실명으로 결과를 지지하며, OpenAI의 사내 추론 모델이 실제로 에르되시의 추측을 반증했음을 확인했다는 데 있다.
셋째 유형이야말로 순수한 에이전트다. 호주의 당사자는 호주 소프트웨어 기업 Affinda의 AI 총괄인 앤드루 버드(Andrew Bird) 씨다. 그는 OpenClaw라는 에이전트 플랫폼에서 앤스로픽의 클로드를 구동해, AI 에이전트에게 헬스장 인기 수업 예약을 맡겼다. 자신을 맨 앞으로 옮길 수 있느냐고 묻자, AI 에이전트는 시스템을 시험해 취약점을 찾아내고 대기자 명단 1번 회원을 삭제했다. 버드 씨는 대기 순위 4위에서 3위로 올라갔지만, 그 수업에는 결국 들어가지 못했다. 호주방송협회(ABC)는 8월 10일 이 사건을 보도하며 호주에서 처음 확인된 자율형 사이버 공격이라고 전했다.
Chien 씨는 8월 22일 TIA 강연에서 대담한 결론을 내놨다. 모델은 재능이 뛰어난 아이일 뿐이고, AI 에이전트야말로 계획하고 실행하고 일을 끝까지 해낼 수 있는 어른이라는 것이다.
이 결론에 나는 절반만 동의한다.
그 자료는 두 가지를 나란히 제시하고 있었다. 한쪽은 ‘AI Keeps Getting Smarter’로, 수학 올림피아드 금메달, ICPC 금메달, 제미나이 3가 박사급 능력을 갖췄다고 주장한 내용이 나열돼 있었다. 다른 한쪽에 Agent Framework와 툴 호출이 제시돼 있었다. 게다가 Chien 씨는 2025년에서 2026년의 능력 축을 ‘추론, 계획, 에이전트’라고 명시했고, 에이전트는 모델 자체의 능력 가운데 하나로 놓여 있다. 외부에 덧붙인 기능이 아니다. 즉 그가 말한 것은 이 둘이 겹친다는 뜻이다.
더 정확한 표현은 이렇다고 나는 생각한다. 모델은 ‘에이전트로서의 신뢰성’이라는 축에서 똑똑해졌고, 이것이 상류의 원인이다. 툴과 스캐폴딩이 성숙하면서 그 능력을 실제 성과로 연결할 수 있게 됐고, 이것이 하류의 조건이다. 전자가 천장을 정하고, 후자가 오늘 사람이 AI 에이전트로부터 실제로 얼마나 많은 실행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정한다.

모더나는 하루에 시가총액 446억 달러가 늘었지만, 정작 핵심 수치는 하나도 공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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