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파운드 고릴라 두 마리의 협력 논의—삼성전자와 인텔이 손잡는다면, 2위와 3위의 연합은 1위 TSMC에 어떤 충격을 줄 것인가

반도체 산업
저자:林宏文
800파운드 고릴라 두 마리의 협력 논의—삼성전자와 인텔이 손잡는다면, 2위와 3위의 연합은 1위 TSMC에 어떤 충격을 줄 것인가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에 지분을 투자한 이후, 인텔의 향후 행보는 전 세계 반도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동행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인텔과 협력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내 인텔의 첨단 패키징 사업에 투자하고 장비 투자를 확대해 후공정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협력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의 산업 정책, 한국 기업의 전략, 글로벌 공급망 균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과 인텔이라는 두 “800파운드 고릴라”의 협력은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세계 시장 점유율 2위와 3위 기업이 손을 잡는다면, 절대 강자인 TSMC에 어떤 도전을 가할 것인가. 또한 이 같은 대형 통합은 어떤 난관에 직면할 것인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우선, 이번 협력 논의의 구체적 범위와 양측의 전략적 동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삼성은 이미 미국 텍사스주에 370억 달러를 투입해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했으며 추가 투자 가능성도 있다. 동시에 인텔의 미국 내 첨단 패키징 라인 투자도 검토 중이다. 전공정 웨이퍼 제조와 후공정 패키징을 통합하는 구상으로, 이는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공급망 현지화 정책에도 부합한다.

기술력 측면에서 삼성은 전공정에서 인텔보다 앞서 있지만, 후공정 패키징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반대로 인텔은 첨단 패키징 기술에 강점을 지니지만 전공정의 수율과 생산 능력이 부족해 강점을 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양사의 상호 보완 관계가 분명하다.

따라서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이 미국 내 입지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인텔과의 패키징 협력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를 통해 약점을 보완하고 TSMC와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차세대 유리 기판 기술에서 양사가 협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기술은 첨단 패키징의 한계를 돌파할 핵심으로 평가되며, 대만의 이노룩스(Innolux)도 적극적으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TSMC 역시 기술 로드맵의 선택지 중 하나로 유리 기판을 고려하고 있다.

전공정 협력으로 확대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전공정은 양사 모두의 핵심 경쟁력이자 다수 고객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현실적으로 논의가 어렵다.

최근 시장 조사에서는 전공정 파운드리뿐 아니라 후공정 패키징과 테스트까지 합산한 ‘통합형 파운드리(Foundry 2.0)’ 점유율을 산출하고 있다. 이는 기존 통계와 큰 차이를 보인다.

2024년 1분기 통합형 파운드리 점유율에서 TSMC는 35.3%로 세계 1위를 유지했다. 인텔은 6.5%로 2위, 삼성은 5.9%로 4위에 머물렀으며, 3위는 대만 패키징 기업 ASE(일월광)에 밀렸다.

기존 전공정 파운드리 점유율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크다. 같은 기간 TSMC는 67.6%로 압도적 1위, 삼성은 7.7%로 2위였으며, 중국 SMIC, 대만 UMC, 미국 글로벌파운드리(GlobalFoundries)가 그 뒤를 이었다.

한편 인텔은 IDM(종합반도체) 모델로 자사 제품 생산에 집중해 왔기 때문에 외부 고객 파운드리 수주는 극히 제한적이다. 점유율은 1%에도 못 미쳐 세계 10위권에도 들지 못했고, 대만 파워칩(Powerchip·0.9%)에도 뒤처졌다.

즉, 전공정만 보면 삼성은 2위지만, 전후공정을 합산하면 인텔이 삼성을 앞선다. 이것이 양사 협력 논의의 기반이 되고 있다.

삼성 반등의 두 장수(長手)

삼성의 반도체 사업은 최근 몇 년간 어려움을 겪었다. 메모리 분야에서 SK하이닉스에 추월당해 올해 상반기 세계 1위 자리를 내줬다. 파운드리 부문도 첨단 공정 수율 개선이 지연되며 TSMC에 크게 뒤처져 있다.

그러나 2024년 들어 두 개의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반등의 기회가 보이고 있다.

첫 번째는 테슬라다. 일론 머스크 CEO는 총 165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삼성에 맡겼으며, 협력은 2033년 말까지 9년간 지속된다. 차세대 AI 칩으로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로봇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삼성에 테슬라 계약은 가뭄 속 단비였다. 이는 텍사스주 2나노 첨단 생산 능력 투자에도 직접적인 지원이 된다. 머스크는 삼성 공장이 테슬라 본사 옆에 있어 수시로 방문하며 생산 최적화를 독려한다고 밝혔다.

다만 테슬라 발주 방식은 강경하다. 특정 파운드리에 장기 물량을 보장하지 않는다. 현재 A14 칩은 삼성, A15는 TSMC, 차세대 A16은 다시 삼성으로 돌아갈 예정으로, 위험 분산 전략이 뚜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 수주는 삼성의 사기를 크게 높였다. 수년간 대형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고 첨단 수주는 거의 TSMC에 몰렸던 상황에서 테슬라 계약은 중요한 돌파구였다.

대만 공급망 소식통에 따르면, 삼성은 계약을 따내기 위해 가격을 30% 인하하고 불량 다이는 전량 자사 부담으로 처리하며 양품만 제공하겠다는 조건까지 제시했다. 절박한 위기의식과 반등 의지가 엿보인다.

삼성 반도체는 파운드리 수율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6월 서울 대통령 관저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 반도체 산업의 도전에 대해 논의했다.(로이터)
삼성 반도체는 파운드리 수율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6월 서울 대통령 관저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 반도체 산업의 도전에 대해 논의했다.(로이터)

두 번째 돌파구는 이미지센서(CIS) 시장에서 애플 수주를 확보한 것이다.

글로벌 CIS 시장에서 선두 업체는 일본의 소니(SONY), 그 다음은 삼성, 3위는 옴니비전(OV)이다. 소니는 애플 스마트폰에 가장 큰 CIS 공급업체이자 사실상 독점 공급업체였다. 그러나 최근 삼성은 적극적으로 수주에 나서며, 마찬가지로 매우 공격적인 가격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 움직임은 소니에 큰 타격을 주었다. 소니는 애플과 장기적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고, TSMC도 소니를 지원해 애플 수요를 확보해 왔다. 일본 구마모토의 TSMC 공장도 양사 고객을 위해 건설됐다.

삼성의 진입으로 구마모토 공장의 가동률이 낮아지고 제2공장 건설이 지연되고 있다. 가격 경쟁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TSMC 입장에서는 소니를 지키는 것이 애플을 지키는 것이며, 동시에 삼성을 견제하는 싸움이다. 결코 물러설 수 없는 경쟁이다.

협력의 득과 실

삼성의 최근 움직임을 고려하면, 인텔과의 협력이 패키징을 넘어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양사에 있어 장단점은 무엇일까.

삼성에 있어 최우선 과제는 첨단 공정 분야에서 더 많은 우량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다. 테슬라와 애플은 시작에 불과하며, 추가 확대가 필요하다.

따라서 인텔과의 협력 제안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후원을 받는 인텔을 통해 엔비디아(NVIDIA)의 핵심 공급망에 진입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이재용 회장의 최대 목표일 것이다.

이 연장선에서, 텍사스 공장의 생산 능력을 인텔과 공유하거나 생산 계획을 조율하는 가능성도 있다. 공정 기술과 생산 능력에서 삼성은 여전히 인텔을 앞서 있으며, 두 거대 기업이 추가적으로 손잡을지는 주목할 대목이다.

그러나 가장 큰 걸림돌은 삼성의 중국과의 깊은 관계다. 인텔이 트럼프 행정부의 투자를 받은 상황에서 미국 정부는 이 문제를 반드시 고려할 수밖에 없다.

삼성은 중국에서의 투자가 깊다. 시안에서 NAND 플래시를 대규모 생산하고 있으며, NVIDIA의 HBM 공급망 진입에 실패한 뒤 중국 판매를 강화했다. 대리점을 통한 출하 보도도 이어졌고, 3월 말 이재용 회장은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동했다.

중국 시장에서의 입지는 기업 다변화 측면에서는 강점이지만, 미국 정부의 신뢰 확보 측면에서는 약점이 될 수 있다. 향후 협력 조건에 제약이 붙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텔 CEO 립-부 탄(Lip-Bu Tan)을 백악관에 초청하기 전, 과거 중국과의 투자 관계를 비판한 사례를 연상시킨다.

마찬가지로, 삼성의 중국 관여도 정치적 쟁점이 될 수 있다. 인텔과의 협상 과정에서 다시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지정학적 요인은 산업 경쟁을 한층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에 투자하고, 여기에 삼성이 가세할 가능성까지 떠오르면서 글로벌 반도체 경쟁은 더욱 예측 불가해졌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수를 둘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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