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점유율 80%의 미국 대기업은 왜 1,600만 달러를 내고 대만 중소기업의 기술을 사는가——모든 것은 TSMC 공급망의 진입 문턱 때문이다

오염제어 장비 세계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한 미국 기업이, 대만의 중소 제조업체에 일회성 라이선스 비용 1,600만 달러를 지불하고 기술을 산다. 계약 기간은 15년, 조인식에는 대만 경제부 차장까지 참석했다. 거인은 왜 대만을 찾아왔나. 이 계약에서 양측은 각각 무엇을 계산하고 있나.(본 기사의 환율: 1달러=1,380원, 1대만달러=약 44원)
“맞습니다, 우리는 ’아버지도 다르고 어머니도 다른 형제’죠.”
이 농담의 주인공은 대만 반도체 세정장비 업체 Asia Neo Tech(科嶠工業)의 Wu Ming-chih(吳明致) 회장이다. 여러 해 전, 미국 반도체 자동화 대기업 Brooks Automation의 David Jarzynka CEO를 처음 만난 날——Wu 회장이 일하며 공부한 자신의 성장 배경을 다 이야기하자, Jarzynka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는 형제군요!”
같은 감정을 느낀 Wu 회장은 위의 한마디로 화답했다. (옮긴이 주: ’아버지도 다르고 어머니도 다른 형제’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의형제나 다름없다는 뜻의 대만식 농담이다.)
그리고 두 사람이 이끄는 두 회사는 얼마 전까지 같은 시장의 잠재적 경쟁자였다.
2026년 6월 30일, 이 두 반도체 장비 경쟁사가 한 테이블에 앉아 계약서에 서명했다. 오염제어 장비 세계 점유율 80% 이상의 Brooks가 일회성 라이선스 비용 1,600만 달러(약 220억 원)를 지불하고, Asia Neo Tech의 FOUP(Front Opening Unified Pod, 웨이퍼 운반 용기) 세정장비 독점 라이선스를 확보한다. 이 라이선스로 Brooks는 대만발 기술을 자사 브랜드와 글로벌 판매망에 편입해 전 세계 팹에 판매하고, TSMC가 요구하는 공급망 현지화에 지근거리에서 대응할 수 있다. 반대로 소규모 장비업체 Asia Neo Tech에 1,600만 달러는 2025년 연 매출의 약 70%에 해당하며, 자체 브랜드도 해외 판로도 만들 필요 없이 7년에 걸친 연구개발의 성과를 세계로 내보낼 수 있게 된다.
점유율 80% 거인의 세정 사업도 ‘사서’ 시작했다
TSMC를 비롯한 웨이퍼 팹은 제조 공정에서 웨이퍼를 끊임없이 운반한다. 이때 쓰는 것이 FOUP라는 밀폐 용기다. 웨이퍼를 수백만 달러짜리 정밀 케이크에 비유하면, FOUP는 그 케이크를 담는 보관함이다——상자가 더러우면 아무리 비싼 케이크도 망가진다. AI 칩이 CoWoS 등 첨단 패키징으로 전면 이동하면서 청정도 요구는 극도로 엄격해졌고, ’상자를 씻는 일’은 하나의 전문 비즈니스가 됐다.
Brooks Automation은 이 비즈니스의 지배적 플레이어다. 1978년 설립, 본사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반도체 자동화·오염제어 장비의 선도 업체다. 6월 말 타이베이 기자회견 자료에 따르면, 오염제어 장비의 세계 점유율은 현재 80%를 넘고, 전 세계 80개 거점을 운영한다. 2021년 Brooks의 모회사가 사업을 분할하면서, 보스턴의 사모펀드 THL이 반도체 자동화 사업 전체를 현금 30억 달러(약 4조1,400억 원)에 인수했고 2022년 비상장사가 됐다. 같은 자료는 매출을 8억9,700만 달러로 제시했다. 고객은 TSMC, 인텔, 삼성전자부터 중국 본토 반도체 업체까지 이른다. Jarzynka는 회사가 반도체 분야에서 40년 이상의 경험을 갖고 있으며, 고객이 “지구상의 모든 팹”에 있다고 말한다.
Brooks의 운반용기 세정 사업 자체도 원래는 인수로 얻은 것이다. 2014년 독일 자동 세정장비 업체 DMS를 약 3,100만 달러(약 430억 원)에 인수하며 이 분야에 들어왔다. 그로부터 12년, Brooks는 다시 기술에 돈을 낸다. 이번 판매자는 대만에 있다.
판매자인 Asia Neo Tech와 공동 서명사인 SynPower(聯策科技)는 모두 TSMC 협력사 18곳으로 구성된 TSS(德鑫) 홀딩스 산하 연합 소속으로, 대만의 중소·중견 제조장비 업체다.
계약 기간은 15년이며, 1,600만 달러는 첫 번째 일시금일 뿐이다. 양사의 계획에 따르면, 고객(TSMC와 Brooks)의 요구를 충족하는 각 마일스톤을 Asia Neo Tech가 달성할 때마다 계약대로 대금이 지급된다. 장비가 세계에서 팔리면 Asia Neo Tech는 별도의 로열티도 받는다.
Asia Neo Tech 입장에서, 세계 점유율 80% 기업에 독점 라이선스를 주는 것은 자체 브랜드가 세계 시장으로 갈 수 있었던 길을 남의 손에 넘기는 일이다. 반도체를 갓 고수익 성장 엔진으로 키워낸 회사가 왜 거기에 서명했을까. 답은 TSMC 공급망 생태계의 특성에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TSMC의 문턱——글로벌 규모와 ‘즉시 달려오는’ 현지 서비스, 둘 다 필요하다
TSMC가 협력사에 요구하는 기준은 극도로 높다. 한편으로는 다국적 시장을 감당할 규모와 리스크 감내력을, 다른 한편으로는 대만에서 언제든 달려오는 서비스 체계를 요구한다. 대만 중소업체 대부분은 다국적 리스크 요건을 단기간에 충족하기 어렵고, 미국·유럽 시장에 강한 외국 기업은 서비스에서 늘 한 걸음 모자란다.
Asia Neo Tech는 2000년 설립됐다. 인쇄회로기판(PCB) 산업용 건조·오븐·UV/IR 경화 장비로 출발했고, 주요 고객은 Unimicron(欣興), Tripod(健鼎), Compeq(華通) 같은 기판 대기업이었다——TSMC 협력사 기준과는 한참 먼 자리다.
그럼에도 Asia Neo Tech는 2014년, 대만의 중소기업 전용 시장인 타이베이거래소(TPEx)에 상장했다. 대만 중소 장비업체가 품은 잠재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 회사를 알려면 Wu Ming-chih를 알아야 한다. 그는 직업학교의 일·학습 병행 과정을 거쳐 전기배선 견습공으로 시작했고, 건조장비 업체에 들어가 정년까지 있을 생각이었다. 1990년 회사 송년회(대만 기업의 연례 행사 ‘웨이야(尾牙)’)에서 동료들 사이에 술자리 난투극이 벌어졌고, 말리러 나선 그가 오히려 징계를 받았다. “내가 뒤집어쓰지 않으면, 부하들이 나가야 했어요.” 그가 사표를 내자 동료 8명이 함께 그만뒀고, 그에게 창업을 권했다.
Asia Neo Tech의 반도체 진입은 오래되지 않았다. 7년 전, EUV 포드에서 TSMC의 단독 공급사인 Gudeng Precision(家登精密)의 Bill Chiu(邱銘乾) 회장이 Wu에게 제안했다. “우리랑 같이 반도체 세정기를 개발해 보지 않겠나?” Gudeng은 이미 TSMC의 협력사였고, 두 사람 모두 대만 창업가 단체의 수상자로 서로 잘 알고 신뢰하던 사이였다. Wu는 그 자리에서 수락했다. Chiu는 훗날 웃으며 내게 말했다. “Wu 회장이 그때 큰돈을 연구개발에 넣은 건 나를 믿었기 때문일 겁니다. 개발이 실패했어도 나는 그에게 돈을 지불했을 거예요. 다른 회사라면 안 그랬을지도 모르죠. 그는 나를 믿었기에 한 겁니다.”
Gudeng의 인도 아래 Asia Neo Tech는 Gudeng이 걸었던 가파른 학습곡선을 그대로 밟으며, 한 걸음씩 TSMC의 까다로운 요구를 충족했고 그만큼 고생도 했다. 2023~24년 반도체 투자가 성과를 내기 시작했고, 2025년에는 반도체 장비가 매출의 18%에 육박하며 회사의 고수익·고성장 엔진이 됐다——그것이 마침내 Brooks의 눈에 들어왔다.
2026년 6월 30일, Wu와 Jarzynka는 타이베이에서 서명을 마쳤다.
타이베이에서 서명된 15년 독점 라이선스——Asia Neo Tech는 자체 브랜드의 세계 시장을 내려놓는다
조인식은 기술 라이선스 계약치고는 이례적인 격식을 갖췄다. 대만 경제부 차장이 직접 참석했고, 연합 회원사 10여 곳의 회장·사장이 총출동해 힘을 실었다.
Wu는 서명 전의 일을 내게 들려줬다. Jarzynka와의 첫 협상에서, 상대는 먼저 Asia Neo Tech가 자리한 지역사회에 10만 달러(약 1억4,000만 원)를 기부하겠다고 제안해 그를 감동시켰다고 한다. 두 사람이 제휴의 목표를 논의했을 때, 둘 다 이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프로젝트”라고 불렀다. “우리가 생각하는 건 일회성 거래가 아닙니다. 훨씬 긴 관계를 위한 것이죠.”
다만, 두 사람의 의기투합이 협상을 순조롭게 만든 것은 사실이라 해도, 연 매출이 7억2,800만 대만달러(약 320억 원)에 불과한 소규모 장비업체에 이것은 성장성이 가장 높은 자산을 점유율 80%의 다국적 동종업체에 한 번에 넘기는 일이다. 그럼에도 Wu가 감히 서명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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