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칠 수 없는 기술 축제! 대만 국제 반도체 전시회 개막, AI·스마트카·로봇… 올해의 새로운 화제는?

대만 국제 반도체 전시회 SEMICON Taiwan 2025가 9월 8일부터 12일까지 타이베이에서 열린다. 올해로 30회를 맞이한 이번 전시는 초청 인사 수준, 전시 규모, 논의 주제 모두 역대 최대다. 전 세계에서 200명이 넘는 CXO(최고경영진)와 EVP(부사장급)가 참석하며, 9월의 대만은 글로벌 테크 산업과 언론의 이목을 끌 전망이다.
지난해 전시회는 인공지능(AI)이 중심이었지만, 올해는 스마트카와 로봇이 추가됐다. 유럽, 미국, 일본 주요 기업의 CEO들이 직접 방한하며, 전시 기간 중에는 ‘3D IC 첨단 패키징 산업 연맹’ 발족식도 개최된다. 이 연맹은 TSMC와 ASE(일월광)가 주도해 40여 개 기업이 참여한다.
SEMICON Taiwan은 과거 보통 3일간 열렸지만, 올해는 규모가 확대됐다. 본 전시는 9월 10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되며, 8일부터는 다양한 포럼과 부대 행사가 열려 사실상 ‘반도체 주간’으로 운영된다.
개막을 앞두고 기자는 SEMI 대만 사장이자 글로벌 마케팅 총괄인 차오스룬(曹世綸)을 단독 인터뷰했다. 그는 SEMI에서 19년간 근무하며, 대만 반도체 산업을 국제 무대에 알리는 핵심 역할을 해왔다.
차오 사장은 올해 전시회를 “반도체 올림픽” 혹은 “기술 엑스포”에 비유하며, 대만 반도체 산업이 어떻게 국제 시장을 확장하고 지정학적 충격을 돌파할지 설명했다.

글로벌 CEO 총출동, 기술 업계의 ‘세계 박람회’
Q: SEMICON Taiwan은 1996년 시작돼 올해 30회를 맞았다. 국제 대기업들이 반드시 참석하는 행사로 자리잡았는데, 올해 특징과 주요 포인트는 무엇인가.
A:자주 쓰는 비유가 있다. 지난해 7월 올림픽은 프랑스에서 열렸지만, ‘반도체 올림픽’은 매년 9월 대만에서 열린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고위 임원이 처음으로 한 무대에 올랐고, 올해는 마이크론(Micron)까지 합류해 글로벌 메모리 3대 기업이 처음으로 함께 무대에 선다.
지난해는 AI 중심이었지만, 올해는 스마트카와 로봇으로 확대됐다. 자동차 산업의 주요 기업인 보쉬(Bosch), 인피니언(Infineon), NXP, 덴소(Denso) 등이 CEO나 EVP를 파견했다. 로봇과 스마트 제조 분야에서는 일본의 ‘로봇 공학의 아버지’ 이시구로 히로시가 휴머노이드 로봇을 직접 선보인다.
또한 벨기에 반도체 연구소 iMec CEO, 네덜란드 ASML을 다룬 저서 『빛을 만드는 사람들』의 저자, 『반도체 지정학』을 집필한 일본 학자, 워싱턴 싱크탱크 RAND 연구자도 참석한다.

전시 기간에는 ‘3D IC 첨단 패키징 산업 연맹’ 발족식이 열리고, TSMC와 ASE가 주도해 40여 개 기업이 참여한다. SEMICON Taiwan 2025는 기술 업계의 세계 박람회로 자리잡으며, 산업의 중대 의제가 집중되고, 글로벌 CEO와 국제 언론의 시선이 대만으로 향한다.
대만 반도체 전시회는 단순 전시를 넘어 기술 포럼, 비즈니스 매칭, 정부·연구기관의 전략 논의까지 포함하는 글로벌 교류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올해는 참가국과 인원도 크게 늘었다. 56개국 대표단이 참여하고, 17개국 국가관이 설치된다. 미국, 유럽, 일본, 한국뿐 아니라 남미와 아프리카 대표단도 대거 방문한다. 코스타리카는 국가관을 세우고, 프랑스는 아프리카 파트너와 함께 참가한다. 산업 교류를 넘어 기술과 국제 정치의 무대가 되고 있다.
기술 우위 확보, 대만의 발언권 확대
Q: SEMI는 창립 55년을 맞이했고, 귀하는 최초의 아시아계 글로벌 마케팅 총괄이다. 당시 모나차 CEO(Ajit Monacha)는 “대만의 성공 경험을 세계에 확산시켜 달라”고 말했다. 이를 어떻게 실현했는가.
A: Ajit이 저를 글로벌 마케팅 총괄로 초청했을 때 임무는 분명했다. 대만의 성공 경험을 세계로 확산시키고, SEMI의 국제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만의 가시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지정학적 변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대만이 주도권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팬데믹 기간,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반도체를 구하려고 대만을 찾았다. 그때 우리는 대만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렸고, 공급 부족을 함께 극복하도록 도왔다. 이로써 대만 반도체 산업의 기여가 널리 인식되었다.
SEMI 조직 내부적으로는 동남아, 인도 등지에 대만의 경험을 공유했고, 외부적으로는 더 많은 국제 인사를 대만으로 초청해 직접 목소리를 낼 기회를 만들었다.
지정학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반도체는 국제 협력이 필수인 산업이다. 대만은 더욱 적극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제 ‘대만’과 ‘반도체’는 사실상 동의어다. CoWoS, 3D IC, FOPLP, 실리콘 포토닉스, 백사이드 파워 딜리버리 등 첨단 기술에서 대만은 세계를 선도하며 발언권을 확보하고 있다.

대만 산업 경쟁력의 근원은 인재다. 대만 엔지니어들은 책임감이 강하고, 효율적이며, 고객 중심적이고 신뢰할 수 있다. 고객과 함께 성공을 지향하는 가치가 바로 국제 산업계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관세는 수단, 대만은 우위 유지해야
Q: SEMICON India가 대만 전시회 직전 개최됐다. 인도의 반도체 산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A:그렇다. 일정이 매우 빡빡하다. 이번 인터뷰 후 주말에 인도로 떠난다. SEMICON India는 지난해 처음 열렸는데 650개 부스였고, 올해는 거의 두 배인 1200개 부스로 늘었다. 놀라운 성장이다.
현재 인도는 초창기 중국과 비슷하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SEMICON이 동남아에서 20~30년간 운영해도 약 1000개 부스 규모에 불과했는데, 인도는 2년 만에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
인도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타타그룹 같은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 그리고 미국 대기업에서 일했던 인도 인재의 귀국은 과거 대만 상황과 유사하다. 인구 보너스와 관민 합동 투자가 맞물리며, 글로벌 장비·소재 공급업체들이 몰려들고 있다.
Q: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대만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적으로 이 질문이 나올 때 어떻게 대응하는가.
A: 업계 시각에서 보면, 상호 관세는 하나의 정책 수단이다. 그 배경에는 미국의 경제 안보, 제조업 회귀, 일자리 창출, 차세대 AI 선도라는 목표가 있다.
현재 대만뿐 아니라 일본, 한국, 유럽 각국도 동일하게 ‘상호 관세’와 미국 232조 조사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대만만의 특수한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대만이 이 변화를 어떻게 대응하고 우위를 유지할지다.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경쟁자에게 자리를 빼앗기지 않도록 산업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Q: 올해 전시회의 주제는 ‘세계同行, 혁신 출항’이다. 어떤 의미인가.
A:이미 대만은 다수의 반도체 신기술에서 앞서 있으며, 세계적인 혁신 거점이 됐다. 그래서 ‘세계同行, 혁신 출항’이라는 주제를 정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은 다양성(diversity)이다. 이는 단순히 여성 근로자 비율 확대에 그치지 않고, 인종·문화·언어가 다른 국제 인재를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만 기업에는 매우 절실한 과제다.

판매 인재와 제조 인재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과거 대만은 제조에 중점을 두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제품을 생산했다. 그러나 이제 대만 반도체는 유럽, 미국, 일본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대항해 시대’에 진입했다. 세계와 교류할 기회가 크게 늘어난 만큼, 현 위치를 소중히 여기고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한다.
묵묵히 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 정책 영향력 필요
Q: 대만 기업이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A:대만 기업은 국제 무대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과거에는 묵묵히 일에만 전념하며, 공공 정책이나 정치 관계자와의 교류는 거의 없었다. 지금은 그 필요성이 크게 높아졌다.
예를 들어, 과거 대만 기업의 해외 사무소는 연구개발이나 영업 위주였으며, 워싱턴D.C.에 사무소를 둔 기업은 드물었다. 정부나 의회와 직접 접촉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져 TSMC, 미디어텍, 폭스콘 등이 워싱턴에 오피스를 세우고 있다.
대만 산업의 국제 정책 영향력은 아직 시작 단계다. 반면 삼성은 전 주한 미국 대사를 영입해 공공 정책 로비를 담당하게 했고, TSMC도 인텔 전 법무·정책 담당 부사장을 기용했다. 대만 기업도 점차 체계를 갖추고 있다.
기업은 원래 다양한 이해관계자(stakeholder)와 소통해야 한다. 주주뿐 아니라 정부와 지역사회도 중요한 대화 대상이다.
지금까지 대만은 ‘논리 전개 능력’이 부족했다. 특히 정책 제안과 영향력에서 약점을 보였다. 앞으로는 단순히 정보 수집에 그치지 않고, 정책 논의에 적극 참여해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 정부의 새로운 정책 하나가 기업에 미치는 충격은 크며, 뛰어난 제품과 기술을 보유해도 불리한 규제로 하루아침에 상황이 뒤바뀔 수 있다.
과거 글로벌화 시대에는 ICT 제품이 대부분 무관세였기에 정책 대응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다르다. 국제 경영, 인재, 공공 정책 대화와 로비를 기업 전략에 포함시키고, 미국뿐 아니라 각국과 협력해야 한다.
대만 반도체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중대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산업 체인 구축은 대만에게 장기적이고 중요한 과제다. 과거 일각에서는 ‘네덜란드병’ 우려가 제기됐지만, TSMC가 적극적으로 국내 공급망을 강화하면서 오히려 산업 고도화에 기여하고 있다.
(편집자 주:‘네덜란드병’은 1970년대 네덜란드에서 비롯된 경제 용어로, 특정 산업의 호황으로 통화가치가 상승해 다른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경제 구조가 왜곡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대만에서도 반도체 의존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반도체가 화학·소재·장비 등 전통 산업의 고도화를 촉진해 오히려 산업 다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반도체는 대만 전통 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다. 예를 들어, 기존 화학 공장은 전자용 화학 소재나 특수 화학 제품으로 전환했고, 장비업체 양기(洋基)는 식품용 클린룸에서 반도체용 클린룸으로 전환했다. 중사(中砂)는 다이아몬드 절단 블레이드를 개발했고, 자덩(家登)은 웨이퍼 캐리어를 생산한다. 이처럼 ‘블루칼라 산업’이 웨이퍼 장비 공급업체로 진화한 사례가 늘고 있다. 반도체 파급 효과로 대만 전통 산업이 다시 한 번 기적을 만들어내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