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규모의 신용융자, 대만은 왜 17%만 빠졌나

대만학
저자:林宏文
같은 규모의 신용융자, 대만은 왜 17%만 빠졌나

7월 28일과 29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이틀 연속으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사상 처음이다. 같은 날 타이베이의 가권지수 하락률은 3.76%였다. 6월 하순 두 시장의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빌린 돈의 규모는 비슷했다. 대만이 약 35조5000억원, 한국이 38조6328억원이다. 한 달여 뒤 한국 증시는 고점 대비 40% 가까이 급락했고, 대만 증시의 하락 폭은 17% 안팎에 그쳤다. 이번 글로벌 증시 급락은 한국 증시의 체질적 특수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올해 6월, 대만과 한국의 증시는 닷새 사이에 잇따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6월 18일 코스피는 종가 기준으로 처음 9,000선에 올라 9,063.84로 마감했고, 다음 날인 6월 19일에는 장중 9,385.59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닷새 뒤인 6월 23일 대만 가권지수(자취안지수)는 장중 48,218.87을 기록하고 TSMC는 2535대만달러(약 11만2000원)까지 올랐다. 역시 사상 최고치다.

두 시장을 밀어 올린 것은 같은 재료였다. AI가 이끄는 반도체 수요다. 대만은 파운드리 1위 TSMC, 한국은 메모리 대기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 중심에 있었다.

한 달여 뒤 두 시장은 함께 하락했다. 다만 대만 증시는 상대적으로 강한 하방 경직성을 보였고, 하락률의 차이는 2배 이상으로 벌어졌다.

7월 29일 코스피는 5,663.24로 마감했다. 하락률은 5.98%다. 전날에는 하루 만에 10.84% 급락하며 올해 8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이 2거래일 연속으로 동시에 거래를 멈춘 것은 사상 처음이며, 이틀 동안 사라진 시가총액은 약 921조원에 달한다. 6월 고점 대비 하락률은 40%에 가깝다. 7월 한 달만으로도 30%를 넘어, 2008년 10월 금융위기 당시의 월간 최대 하락률을 넘어섰다.

같은 날 타이베이에서는 가권지수가 1,564.18포인트(3.76%) 하락해 40,039.18로 마감했다. 장중에는 4만선을 밑돌기도 했다. 전날에는 2,030.83포인트 하락해 대만 증시 사상 세 번째로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틀 합계로는 3,595포인트가 사라졌다. TSMC 종가는 2215대만달러(약 9만8000원)다. 6월 고점에서 계산한 하락률은 17% 정도다.

이 한 달여 사이 한국에서는 7월 13일까지 120만개가 넘는 레버리지 계좌에 담보부족이 발생했고, 해외 투자은행 트레이딩데스크 추정으로는 이 가운데 32만~36만개 계좌가 증권사의 반대매매로 정리됐다. 공식 통계는 발표되지 않았다.

의문이 드는 대목은 바로 이 지점이다. 6월 하순 두 시장의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빌린 돈의 규모는 비슷했다. 대만의 신용융자 잔액이 8035억대만달러(약 35조5000억원), 한국의 신용융자 잔액이 38조6328억원이다. 비슷한 규모의 레버리지가 한쪽에서는 수십만 개 계좌를 반대매매로 정리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17% 조정에 그쳤다. 차이는 어디에서 왔나.

7월 17일, 대만 증시 사상 최대 하락폭. 주된 매도 주체는 외국인이었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7월 17일 대만 증시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부터 봐야 한다.

이날 가권지수는 2,953.71포인트 하락해 42,671.27로 마감했다. 당시 기준으로 사상 최대 하락폭이었다. TSMC는 7.29% 떨어졌다. 외국인 순매도는 하루 1890억대만달러(약 8조4000억원)로, 대만 증시 사상 최대 규모다.

이런 하락은 원래 신용융자 계좌의 연쇄 반대매매를 부르기 쉽다. 주가가 급락하면 담보 가치가 줄고, 담보유지비율을 밑돈 계좌가 강제로 정리되며, 그 매도가 주가를 다시 끌어내려 더 많은 계좌를 끌어들인다. 한국이 6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지나온 것이 바로 이 순환이다.

대만에서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 이날 집중시장(상장) 기준 신용융자 잔액은 하루에 416억대만달러(약 1조8000억원) 줄어 이 역시 사상 최대였다. 신용융자 포지션이 대규모로 청산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시장 전체의 담보유지비율은 법정 추가담보 기준인 130%에서 여전히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대만의 신용융자 포지션은 줄었지만 무너지지는 않았다. 이날의 실제 매도 압력은 강제로 정리된 개인이 아니라, 보유 비중을 스스로 조정한 외국인에게서 나왔다.

그렇다면 외국인은 왜 그날 대만 주식을 집중적으로 팔았나. 실마리는 서울 증시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상황을 읽는 세 가지 기초: 양국의 제동 장치와, 통계에 드러나지 않는 두 번째 레버리지

6월 하순 대만의 신용융자 잔액은 약 35조5000억원, 한국은 38조6328억원으로 두 시장의 규모는 비슷했다. 신용융자 잔액이 클수록 빌린 돈으로 버티는 포지션이 많아지고, 주가가 떨어질 때 강제 매도 압력도 커진다.

한국의 제동 장치는 시장 전체에 걸려 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사이드카는 프로그램매매 주문의 효력을 5분간 정지시키고, 서킷브레이커는 시장 전체의 거래를 20분간 멈춘다. 올해 1월 2일부터 7월 24일까지 사이드카는 41번 발동돼 금융위기였던 2008년 연간 26번을 넘어섰다. 유가증권시장 기준 서킷브레이커는 2000년 도입 이후 26년간 모두 15번 발동됐는데(7월 29일까지 집계), 앞선 25년이 6번이고 올해 7개월이 9번이다. 지난 25년 합계보다 많다.

대만의 감속 장치는 개별 종목에 걸려 있고, 두 층으로 되어 있다. 대만에는 지수 하락률을 기준으로 시장 전체를 멈추는 서킷브레이커가 없다. 대신 개별 종목의 하루 등락 제한이 10%다. 한국은 30%다. 여기에 순간가격안정조치가 더해진다. 예상 체결가가 직전 5분간 가중평균가에서 위아래 3.5%를 벗어나면 해당 종목의 체결을 2분간 보류하고, 2분 뒤 단일가로 체결한 다음 다시 접속매매로 돌아간다. 대만 시장에서는 이 설계를 “녹지만 끊기지는 않는다”고 표현한다. 개별 종목이 상한가나 하한가에 닿아도 거래가 멈추지 않고 그 가격에서 계속 체결된다.

이 차이가 담보 가치를 얼마나 짧은 시간에 얼마나 크게 줄일 수 있는지를 직접 결정한다.

마지막으로 짚어야 할 관점은, 신용융자 잔액이 레버리지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대만과 한국 모두 신용거래 통계에 계상되지 않는 주식담보 차입이 한 층 더 있다. 한국에서는 예탁증권 담보융자, 대만에서는 증권사의 자금 용도를 제한하지 않는 증권담보대출(不限用途款項借貸)과 대주주의 주식담보대출이다. 이 보이지 않는 레버리지도 두 시장을 움직인다.

이 세 가지를 정리한 뒤에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간다. 비슷한 규모의 신용융자가 왜 한쪽에서는 수십만 계좌를 정리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조정에 그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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